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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최미선은 직장 문을 나섰다. 뭘 하든 굶어 죽기야 하겠느냐는 근거 없는 낙관이 있었다. 같은 직장에 다니던 신석교가 함께 다니자고 했다. 프러포즈였다. 7월에 최미선이 사표를 내고 8월에 신석교가 사표를 냈다. 회사에서는 만류했지만 두 사람은 듣지 않았다. 둘은 9월에 결혼했다. 예물은 14K 커플링 반지 하나였다. 결혼식 날 신석교는, 이 세상에 물이 있는 한 매일 아침 아내에게 커피를 타주겠습니다, 라고 말했다. 오늘 아침에도 신석교는 아내를 위해 커피를 탔다. 둘이 자전거로 달린 길은 그보다 1년 전에 어머니 황경화가 걸었던 길이다. 속초까지 갔을 때 신석교는 아내에게 물었다. 집에 빨리 가고 싶지 않아? 최미선이 답했다. 집에 뭐가 있다고? 신석교는 최미선이 자기보다 고수라고 생각한다. 길 위에 서면 더욱 씩씩해지는 아내가 있어 무슨 일을 해도 겁나지 않는다. 저지르기 좋아하는 최미선은 꼼꼼하고 속 깊은 신석교가 있어 어딜 가도 든든하다.
황경화가 믿는 구석은 남편이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아내의 의견에 한번도 반대를 하지 않은 이다. 국토 종단을 할 때는 ‘여보 벚꽃 지기 전에 돌아와요’ 라는 문자를 보낼 만큼 고운 감성을 가지고 있다.
황경화·최미선·신석교는 2007년 가을 스페인의 ‘산티아고 순례자의 길’ 800㎞를 29일 동안 함께 걸었다. 걸으며 가까워지고 싸우며 친해졌다. 아들은 조용하던 어머니의 놀라운 변신을 이해하게 됐고, 어머니는 말없던 아들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했다. 시어머니는 똑똑한 며느리를 보며 아들이 색시 하나 잘 얻었다고 생각했고, 그러기는 며느리도 마찬가지여서 최미선은 지금 시어머니를 엄마라고 부른다.
아버지의 내공이 또 만만찮다. 집에서 회사까지 왕복 26㎞를 5년 동안 걸어 다녔다. 66세 때인 6년 전 수출 상담 하러 뉴질랜드에 갔을 때의 일이다. 상담 진행이 잘 안 돼 기분을 바꿔볼 겸 스키퍼스 캐니언의 71m짜리 번지점프대에서 몸을 던졌다. 다음 날 점프 인증서를 본 상대가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단박에 계약서에 도장을 찍어 주더란다. 그 아내에 그 남편, 그 어머니에 그 며느리다. 대책 안 서는 이 ‘4차원 엽기 가족’, 길에서 서로를 알고 길에서 사랑을 얻었다. 걷다 보니 길이 열렸다. 나이·지위·돈·명예가 빠져나간 자리에 평화·안식·행복이 들어왔다. 최미선·신석교는 함께 8권의 책을 냈다. 황경화는 2권을 냈다. 황경화는 지금 해안 일주기를 준비하고 있고, 최미선·신석교는 스페인 갔다 온 얘기를 엮고 있다.
어머니는 그래도 자식들이 걱정인데 둘은 태평이다. 어느 날 전화해서 물었다. 야, 늬들 쌀 살 돈은 있냐. 며느리가 답했다. 밥 없으면 라면 먹으면 돼요.
긍정은 힘이 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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