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과 개업의 김모(46)씨는 치과의사 부인을 둔 의사 부부다. 남들은 “얼마나 많이 벌겠느냐”며 부러워하지만 “노후만 생각하면 앞이 캄캄하다”고 말한다. 최신 장비가 경쟁력으로 이어지는 탓에 리스로 고가의 장비를 구비하다 보니 빚만 잔뜩 쌓였기 때문이다. 김씨는 “지금 당장은 수입이 괜찮지만 은퇴 후 어떻게 살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12일 삼성증권 은퇴설계연구소는 “4655(46~55세) 때 제대로 은퇴 설계를 하지 못하면 100세까지 만회가 어렵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은퇴자산관리의 불편한 진실’이라는 보고서를 통해서다. 한정 연구위원은 “생애주기가 달라진 만큼 은퇴 설계도 달라져야 한다”며 “은퇴(56세) 후 국민연금 개시 기간(65세)까지 ‘마(魔)의 10년’은 물론 늘어나는 수명으로 맞게 될 80세 이후의 ‘제2의 마의 기간’을 잘 넘기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려면 4655 시기에 제대로 된 은퇴 준비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래에셋 강창희 퇴직연금연구소장은 “30대에 적립식 펀드, 40대엔 주식 투자 늘리기, 50대엔 채권 투자로 자산 지키기의 ‘원 프로덕트’ 전략은 이제 맞지 않는다”며 “직업별·나이별로 적합한 은퇴 모델을 새로 만들어 가야 한다”고 말했다. 예컨대 전업주부는 4655가 지나기 전에 남편 자산에만 기대지 말고 국민연금 가입 등을 통해 독립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의사 등 전문직은 큰 규모의 대출금을 가급적 빨리 갚고, 직장인들은 개인연금 등으로 국민연금 부족분을 채우는 동시에 제2의 직업·창업을 위한 준비를 서두르는 게 좋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