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북한의 김정일은 그 술주정뱅이보다 더 한심한 국가의 아버지로 비유할 수 있다. 1990년대 중반에 수백만명이 아사(餓死)했지만 조그마한 반성조차 하지 않았다. 그가 인민의 희생을 조금이라도 생각했다면 굶주림의 원인인 집단농장을 과감하게 해체하고 중국식 개인농(農)을 채택했어야 했다. 지금 북한이 개인농을 하지 못하는 이유는 전체 인구의 절반인 농민계급을 국가가 통제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북한에서도 민주화 운동이 가능한 자유의 토양이 만들어지는 것을 원천적으로 막는 길은 다수의 농민들을 노예화하는 길밖에 없는 것이다.
의사가 환자를 치료하려면 정확한 병명을 알아야 하고 그것에 맞게 진단을 내려 치료해야 환자를 살릴 수 있다. 지금 북한 인민들이 굶는 것은 한국을 포함한 외부 지원이 없어서가 아니라 개혁·개방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김정일을 둘러싼 특권세력에만 온갖 혜택을 주고 나머지 인민들은 그들의 노예가 되는 체제하에서 외부 지원은 특권세력의 결집을 강화시키는 것 외에 다른 의미가 없다. 그런 점에서 26일 북한을 방문한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북한의 식량난 책임을 한국에 돌린 것은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
지금 우리가 북한 인민들을 위해 할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유진벨 재단의 린턴(Linton) 박사처럼 북한정권과 얼굴을 붉혀가면서 원하는 지역에 원하는 약품과 지원물자를 직접 들고 가서 분배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엄청난 대북(對北)지원이 이루어졌지만, 지원물자가 현장에서 북한 인민들에게 실제로 분배되는 것을 확인된 적은 거의 없었고 북한정권은 그것을 허용하지 않았다. 대북지원을 원하는 민간단체가 국민 세금으로 북한을 돕고자 한다면 모든 지원품이 북한 인민들에게 제대로 분배됐다는 객관적인 증명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두 번째 방법은 대북지원을 북한주민들의 자유와 인권을 개선하는 무기로 활용하는 방법이다. 모니터링이 불가능한 상태의 대북지원이라면 조건을 붙일 수밖에 없다. 과거 서독이 돈을 주고 동독의 정치범을 사온 것처럼 우리도 북한의 정치범들을 석방하고 납북자와 국군포로를 송환하는 대가로 식량지원을 해야 한다. 반(反)인도주의적 국가에 대한 인도주의 명분의 무조건적인 지원은 결국 인민들을 더 고통 속에 몰아넣을 뿐이라는 사실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강철환 동북아연구소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