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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유지상 기자
삼겹살, 너 없으면 무슨 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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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겹살은 비계와 살이 세 겹으로 돼 있는 뱃살 부위다. 비계와 살코기가 반반이다 보니 불판에 구우면 고소하고 기름진 맛이 난다. 여기에 딱 맞는 술은 막걸리나 맥주처럼 낮은 도수의 술보다는 20도 내외의 소주다. 깔끔한 소주가 삼겹살의 기름진 맛을 말끔하게 씻어주니 그렇다. 얇아진 주머니에 걱정이 많지만 그래도 ‘삼겹살에 소주 한잔’이면 잠시 시름이 가신다.
두산 ‘처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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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 한 점에 날아간 더위
강원도 가장 북쪽에 있는 포구는 대진이다. 대진은 반도 남쪽에서 최북단에 있는 포구다. 지도 좀 볼 줄 아는 이면 이것은 안다. 그러면 강원도 가장 남쪽에 있는 항구는? 호산인데, 삼척 사람 아니면 잘 모른다. 대진에서 호산, 호산에서 대진 사이엔 크고 작은 항구와 포구가 점점이 박혀 있다. 포구를 감싸고 있는 방파제 끝엔 대개 빨갛게 칠한 등대가 서 있다. 한낮의 포구 안엔 또 대개 하얗게 칠한 고깃배들이 쉬고 있다. 어둠이 깔리면 포구 밖 수평선엔 오징어잡이 배의 집어등이 하나 둘 불을 밝힌다.
‘자 떠나자 고래 잡으러’를 외치며 사람들이 동해로 몰려가는 건 백사장 옆에 이런 포구들이 있고 깊은 바다에서 길어올린 펄떡이는 해산물이 있어서다. 몇 해 전 이 지역을 휩쓴 산불과 홍수의 여파가 아직 남았지만 요즘 달려 나오는 가자미들은 씨알이 제법 굵다. 새벽 부두는 통통하게 알이 밴 홍게, 푸덕이는 꼬리 힘이 만만찮은 오도리, 주먹만 한 섭(홍합), 튼실한 다리를 척 걸치고 빨간 함지를 슬슬 넘어가는 문어들과 이를 팔고 사는 사람들이 엉겨 소란스럽다. 편해진 교통 덕분에 피서객들은 신난다. ‘고개 같지 않은’ 대관령을 넘어, 미시령 아래를 뻥 뚫은 터널을 지나 영서의 계곡에서 발 담그고 놀던 사람들은 잠시 달려 영동의 맛을 입에 넣을 수 있다. 해수욕장들이 지난주 한꺼번에 문을 열어 한산하던 횟집들도 바빠졌다. 이 여름 강원도에 가거들랑 회 한 접시, 그리고 성게 알 넣은 소주 한잔 음미해 보시라.
강릉·속초=안충기 기자
소주 이것이 궁금하다
▶“저의 주량은 소주 한 병”이라고 말한다면 단돈 100원에 해롱거리는 셈이다. 소주에 들어 있는 알코올 성분(주정)이 한 병에 고작 100원어치 정도이기 때문이다. 출고가(839.36원)를 분석하면 그중 세금(446원)이 절반을 훌쩍 넘는다. 주세(284원)·교육세(85원)·부가세(77원)를 합한 것이다. 남은 금액(394원)에서 원재료비는 26~29%인데, 이 안엔 맛을 내는 비밀 재료값도 포함돼 있다니 주정 값은 더 쌀 수도 있다.
▶소주회사 사장들도 가끔 한자리에 모여 소주를 한잔 한다. 이때 전국 10개 브랜드 가운데 과연 어떤 술을 마실까? 예전에는 큰 주전자를 가져다 10개 술을 몽땅 부어 일명 ‘천하통일주’를 만들어 마셨다. 요즘은 젊잖게 모임 주관회사를 정해 그 회사의 술을 함께 마신다고 한다.
▶같은 브랜드의 소주도 태생이 크게 둘로 갈린다. ‘가정용’과 ‘업소용’이다. 겉보기엔 아무 차이도 없는데 상표에 확실하게 구분해 적고 있다. 심지어는 ‘음식점·주점 판매 불가’란 빨간 경고 글을 못박은 것도 있다. 내용물은 똑같으니 놀랄 것은 없다. 단지 탈세를 막으려고 유통과정을 정부가 관리하는 것이다. 음식점이나 술집에서 가정용(1000원 내외)을 사다 마구잡이로 판매(보통 3000원)하며 세금을 덜 내려는 것을 예방하는 조치다. 당연히 업소에서 가정용을 팔다 걸리면 ‘혼쭐’난다.
▶팔 뒤꿈치로 병 아래를 친 뒤 뚜껑을 딴 적이 있었다. 그래야 술 맛도 좋아지고 뚜껑도 잘 따진다고 믿었다. 맛이 좋아지는 것은 확실치 않지만 뚜껑은 잘 따졌다. 오프너를 쓰는 왕관 모양 뚜껑일 때다.
밑동을 치면 병 안의 압력이 골고루 분산되기 때문에 잘 따진 거란다. 첫 잔을 따르기 전에 병목 부분의 술을 살짝 쏟아 버린 적도 있다. ‘그래야 술 맛이 좋다’ ‘한 병이라도 더 팔려는 술수다’ 등 여러 얘기가 돌았다. 그 당시만 해도 주정의 정제 기술이 부족했다. 숙취를 일으키는 알코올 성분들이 대부분 병목 부분으로 떠올랐다. 그것을 덜어내 숙취가 덜하게 하려는 것이었다.
요즘 들어선 ‘병째 흔들어 따야 부드러운 술이 된다’며 이효리부터 앞장서 흔들어댄다. 그래야 작아진 물 입자 속에 알코올이 스며들어 맛있어진다는 게 효리(두산) 측의 주장이다. 그러나 반대(진로)쪽 주장은 제조 과정에서 충분히 흔들어 섞었기 때문에 더 이상 흔들어 봤자 소용없다고 반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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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석식 소주의 첫 출발은 30도였다. 지금은 잊혀진 이름이지만 삼학(三鶴)이 1964년 처음 내놓았다. 30도 소주는 60년대 서민의 스트레스 해소제였다. 25도로 떨어진 것은 73년. 진로가 한꺼번에 5도나 뚝 떨어뜨렸다. ‘취하는 술’에서 ‘즐기는 술’로 세태가 변하는 것을 간파한 것이다. 25도 소주는 무려 20여 년간 이어진다.
96년 지방 업체들이 진로의 아성을 뛰어넘기 위해 23도 소주를 내놓는다. 진로는 모른 척하며 2년을 지낸다. 93년 경월을 인수해 ‘그린 소주’(25도)로 소주 시장에 뛰어든 두산 역시 못 본 척한다. 그러나 23도의 반향이 갈수록 높아지자 98년 진로는 ‘참이슬’이란 23도짜리 새 브랜드를 내놓는다. 그러나 2001년 두산이 1도 더 낮춘 ‘산 소주’를 출시한다. 이때부터 본격적인 저도 소주 경쟁이 벌어진다. 2004년 21도짜리 참이슬과 산 소주가 거의 동시에 나왔다. 여기서 멈출 것 같던 저도화 경쟁도 2년 만인 2006년 2월 두산의 20도짜리 ‘처음처럼’의 등장으로 다시 뜨거워진다. 2006년 8월엔 마침내 20도 벽이 무너진다. 19.8도의 ‘참이슬 후레쉬’가 바로 그것이다. 1년(2007년 7월)도 채 안 돼 처음처럼이 19.5도로 낮추자, 한 달 뒤 참이슬 후레쉬도 19.5도가 됐다.
소주 업체들은 ‘순한 맛 저도주’를 웰빙을 추구하는 사회 분위기에 따른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10도대의 청주(14도)나 와인(12~14도)과의 구분이 모호해졌다. 두산주류 마케팅팀 김윤종 부장은 “한없이 낮아질 수는 없는데, 전문가들은 심리적 마지노선을 17도로 본다”고 말했다. 유지상 기자